청혼

청혼

푹폭한
겨울냄새가 나는
네 무릎을 가만히
베고 누워

네가
읊조리는
음성의 실밥을

하나 둘 세면서
내 머리칼을
쓰다듬는


손가락을 타고
꿈에 빠져들고
싶어

복숭아 향이
꾸벅꾸벅 졸고 있는
네 쇄골에
기대어

오늘은

자주색 양말을
신었다,

손톱에
작은 멍이
들었다는

시답잖은
말이라도
조잘거리고
싶어

재봉틀처럼
뛰는 가슴에

내 목숨을
실로 삼아
네가 입을 옷 한 벌
지어주고 싶어

땅에
별이 뜨고
하늘에 강이
흐르는,

무화과에
꽃이 피고

다리 달린
인어가 사는
나라로

너와 함께
사라지고
싶어

-서덕준-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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