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언(默言)의 날

묵언(默言)의 날

하루종일

입을
봉(封)하기로
한 날,

마당귀에
엎어져 있는


항아리들을
보았다.

쌀을 넣었던
항아리,

겨를 담았던
항아리,

된장을 익히던
항아리,

술을 빚었던
항아리들.

하지만

지금은
속엣것들을 말끔히
비워내고

거꾸로 엎어져 있다.

시끄러운
세상을 향한
시위일까,

고행일까,

큰 입을 봉한 채
물구나무 선
항아리들.

부글부글거리는
욕망을 비워
내고도

배부른 항아리들,

침묵만으로도
충분히

배부른 항아리들!

-고진하-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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