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된 고요함

image
Propositional Form: 명제형식 命題形式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6
By  Tae Ryang Lee (이태량)

 

나무로 된 고요함

-심보선-

나는 나무로 된
고요함 위에 손을 얹는다
그 부드러운 결을 따라
보고 듣고 말한다

그대 기쁨, 영원한
기쁨의 지저귐이
사물들의 원소 속에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

하느님은 여느 때처럼
말없이 황금 심장을
가슴 속에 품고 계신다

아, 거기서 떨어지는
황금 부스러기를
그 하나하나로 집을
지을 수 있다면

유리와 불과 돌 속에서
지워질 이름이란
없을 것이거늘

쓸모를 모르는
완구(玩具)처럼 하늘의 언저리를
굴러가는 태양 아래
인간은 오래되고 희미한
기쁨의 필적들을
주워 모으는 절박한 수집광

아, 우리가 불안을
조금만 더 견뎠더라면
그것을 하느님이 조금만
더 도와줄 수 있었더라면

유리와 불과 돌 속에서
사라지는 이름이란
없을 것이거늘

나는 양손을 가슴팍
위로 거두어 모은다
망각이 그 부드러운 결을
한층 더 부드럽게 지워가며
나무로 된 고요함 아래
죽음을 눕힌다

그때 기쁨,
죽음으로부터
우연히 건너온 기쁨
하나를 움켜잡으려
나는 다시금 그 위에
손을 얹는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