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의 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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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의 라디오(슬픔의 기억)

만 스무살,
대학에 입학하고 첫학기를 마친 뒤 난 군에
입대했다. 매일같이 몸에서 단내가 날만큼 힘들
었던 훈련병 시절 두 살 터울 친누나로부터 편지
가 온다.

“네가 군대에 가고 집에 없으니까 너무 많은
것들이 달라져 보여.무엇보다 늘 듣던 라디오가
사라진 것 같아. 조용한 집이 낯설기도 하고 누난
네가 너무 그립구나.’

나에 대한 그리움을 늘 즐겨 듣던 라디오의 부재
에 견준 누나의 따뜻한 마음이 깊이 느껴져 그
편지를 읽다가 울컥했다.

워낙에 군대에 적응이
쉽지도 않았던 나였으나 이미 다 커버린 나이에
어리광을 피울 수도 없는 처지여서 이를 악물고
군생활을 할 때였다.

누난 편지에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알고있는 사람처럼 세심한 마음으로
염려해줬고 또 깊은 사랑의 위로와 격려를 닮아
냈다.아마도 편지지 위에 눈물을 떨군 건 그때
가 처음이다.

그리고 여섯달 뒤에 거짓말처럼 누나는 유행성
독감으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가셨다가 얼마후
세상을 떠나신다.

모든 일들은 정말 거짓말 같았
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갑작스러운 일이라 군
복무지에서 장례식장을 향해가던 난 이길 수
없는 멀미를 했다.

몸이 마음의 충격을 이겨내지
못 했다. 버스 창밖으로 그동안 몰랐던 삶의
기묘한 얼굴을 나는 그때 처음 보게 된다.

군복을 입고 누나의 입관식에 참여했을 때 누나
에게서 온 그 편지 문구가 계속 머릿 속에서 맴돌
았다.

난 차갑게 식은 누나의 머리를 양손으로
잡고 형과 두 동생이 누나의 어깨와 두 다리를
잡고 입관을 했다.

그렇게 누나를 보낸 뒤 나는
집이 아닌 군부대로 바로 귀영해야만 했다.

누나
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은 군 복무지로 귀영한
뒤로도 얼마간 내게 현실적으로 와닿지 못했다.

그리고 한참 뒤 휴가를 받아 집에 온 어느날
모든 것들이 정리된 누나의 방에 들어갔다가
사무치는 어떤 슬픔 때문에 바닥에 주저앉아
결국 나는 펑펑 운다.

나의 라디오를 켜도 함께 듣고 즐거워해줄
누나가, 그 익숙했던 웃음이, 따뜻함이, 사랑이
정겨움이 더는 세상 어디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누나에 대한 그리움이 커다란 11월이다.

글/김감독 DP

좋은글 감사합니다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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