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가을 아침에

-윤동주-

어둑한
퍼스렷한
하늘 아래서
회색(灰色)의
지붕들은 번쩍거리며,

성깃한
섭나무의 드문 수풀을
바람은 오다가다
울며 만날 때,

보일락말락하는
멧골에서는
안개가 어스러히
흘러 쌓여라.

아아 이는
찬비 온 새벽이러라.

냇물도 잎새 아래
얼어붙누나.

눈물에 쌓여 오는
모든 기억(記憶)은

피흘린 상처(傷處)조차
아직 새로운
가주난 아기같이
울며 서두는
내 영(靈)을 에워싸고
속살거려라.

그대의
가슴속이 가볍던 날
그리운 그 한때는
언제였었노!

아아
어루만지는
고운 그 소리
쓰라린 가슴에서
속살거리는,

미움도
부끄럼도
잊은 소리에,

끝없이
하염없이
나는 울어라.

***

좋은글 감사합니다
http://www.loaloachristiannetwork.com/

<Photo from app>

 

Leave a Reply

Your email address will not be published. Required fields are mark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