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가본 산


안 가본 산

내 책장에 꽂혀진
아직 안 읽은 책들을
한 권 뽑아 천천히
읽어가듯이

안 가본 산을
물어물어 찾아가
오르는 것은

어디 놀라운
풍경이 있는가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떤
아름다운
계곡을 따라 마냥
흘러가고픈
마음 때문이
아니라

산길에
무리 지어 핀
작은 꽃들 행여
다칠까 봐

이리저리
발을 옮겨 딛는
조심스러운
행복을 위해서가
아니라

시누대
갈참나무
솔가지 흔드는
산바람 소리

또는
그 어떤
향기로운 내음에

내가
문득 새롭게
눈뜨기를 바라서가
아니라

성깔을 지닌
어떤 바위벼랑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새삼
높은 데서
먼 산줄기 포개져
일렁이는 것을 보며

세상을 다시
보듬고 싶어서가
아니라

아직 한 번도
만져본 적 없는
사랑의 속살을 찾아서

거기
가지런히 꽂혀진
안 읽은 책들을
차분하게
펼치듯

이렇게 낯선
적요 속으로 들어가
안기는 일이

나에게는
가슴 설레는
공부가 되기
때문이다

-글/이성부 시인-

좋은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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