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감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

[사설] 교육감 선거제도를 고쳐야 한다

2021-04-10     인터넷뉴스팀

일반의 관심밖에 놓인 교육감 선거
차기의 시·도 교육감 선거가 1년 넘게 남아 있는 시기인데 벌써 여러 지역에서 출마 의사를 나타내는 움직임이 보도되고 있다.

평소에는 잊어버리고 있다가 때가 찾아오면 거론되는 교육부문의 문제들이 있다.

고쳐야 한다고 느끼는 사안을 잊어버린 듯이 묻어두고 있다가, 막상 때가 되면 서둘러도 그 문제를 해결하기에 시간과 관심의 여유가 없어 또 다음으로 미루고야 마는 것들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교육감 선거제도이다.

 

사실상 교육감 선거제도에는 매우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교육계의 모두가 알고 있다.

문제의식의 차이는 다소 있겠지만, 어지럽게 얽힌 것이라 감히 제대로 해결을 시도하지를 못하는 것도 있고,

별로 대수롭게 여기지 않지만 실제로는 매우 심각한 것일 수밖에 없는 문제점도 있다.

내년에 치를 선거지만, 지금 크고 근본적인 문제들의 해결을 시도하기에 늦지 않도록 서두는 마음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 있다.

생각하기에 따라서 문제의 종류와 심각도가 다양하여 의견의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어렵겠지만,

적어도 다음의 세 가지는 우리 교육을 파국에 몰아넣을 수도 있을 정도로 심각한 문제임을 인식하여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대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첫째는
교육감 출마자가 부담해야 하는 가공스러운 “출혈적 비용”이다.

국회의원은 작은 선거구를 대표하면서도 공천을 받은 출마자는 소속 정당의 경비지원을 받을 수 있다.

광역의 지방자치단체장도 마찬가지로 소속 정당의 공천을 받으면 경비와 인력의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교육감의 출마자는 광역의 행정구역에 출마하지만 정치적 중립이라는 원칙 때문에 순전히 자비 혹은 제한적 기부금에 의존해야 한다.

득점률이 저조하면 정부 지원의 혜택은 말할 것도 없고 공탁금의 반환도 포기해야 한다.

교육감 출마자는 엄청난 경비를 정당의 보조 없이 자비로 광역의 자치구에서 선거를 치루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교육경력의 요건을 충족시킨 대부분의 교육계 일반인사는 출마시에 개인적 파산을 각오하거나, 상당한 정도의 재력을 가진 예외적 극소수의 인사만이 교육감의 자리에 앉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제도는 분명히 불합리하고 정의롭지 못한 제도이다.

둘째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은 사실상 의미가 없는 상태에 있다.

교육감 출마의 요건으로 교육경력 3년 이상, 후보자 등록일을 기준하여 과거 1년간 정당 당원이 아닌 자라야만 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것으로써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 준수된다고 말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우스꽝스러운 말에 속한다.

사실상 우리의 정치구도는 보수와 진보(혹은 우파와 좌파)로 정치적 진영이 나누어져 있고, 교원들도, 물론 전부는 아니라고 해도, 노출되지 않은 상태에서 적지 않은 수가 보수와 진보의 성향으로 대결하는 상태에 있다.

물론 중도에 속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중도의 개념도 정파적 중도이지 “초정파적 마음의 상태”에 있다는 것은 아니다.

언론에서도 우파 교육감, 좌파 교육감이라는 식으로 분류가 가능한 상태이다.

그래서 세력에 따라서 후보의 단일화를 성립시키려는 전략적 노력이 진행되고,

성공하지 못하면 그 진영은 선거에서 실패하는 것이 거의 확실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풍토가 엄연히 존재하는 데 정치적 중립을 운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우리의 교육은 자칫 정치적 노선의 대결로 인하여 정책의 일관성을 잃고 결과적으로 정치적 힘의 영향으로 인하여 교육의 발전이 저지당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대립과 갈등으로 인하여 교육 자체가 황폐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세째는
투표하는 국민들의 무관심이다.

교육감 선거가 자체적 단독으로 진행되면 투표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저조함을 보게 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의 선거에 함께 진행되면 그나마 투표율은 다소 높아지지만,

문제는 교육감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식에 의한 투표율이 아니라는데 있다.

정당에 따라 정해진 지방자치단체의 후보 번호에 맞추어 투표하는 경우의 비율이 매우 높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교육감 후보에 대한 투표가 인물에 따른 지지표가 아니라, 정당 지지 혹은 정당 후보와의 우연적 일치로 인하여 획득한(흔히 ‘롯도식’이라고도 하는) 득표라는 통계적 해석을 가능하게 하는 문제가 있다.

부정확하고 타당성을 잃은 선거결과를 가져 온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후보자의 기호 순서를 정당에 연상되지 못하도록 보완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이러한 시도는 기술적으로도 어렵고 선거의 의미를 훼손케 할 수도 있다.

교육감 선거에 관련된 문제가 물론 이런 것만은 아닐 것이다.

현재의 정부와 교육계 안팎의 분위기로는, 개선을 위한 규칙 자체도 내년 선거 이전에 만들어질 것으로 기대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문제의 심각성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하여 우리 교육계, 특히 교육부를 비롯한 중앙정부의 관련부서, 시·도 교육청, 교육관련 학술단체, 각종 이해집단 등이 늦기 전에 관심을 모아 문제의 해결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

-From 에듀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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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is is How You Should Pray

This is How You Should Pray

“This,
then, is
how you should
pray:

“`Our
Father in heaven,
hallowed be
your name,

your
kingdom come,
your will be done
on earth

as it is
in heaven.

Give us today
our daily
bread.

Forgive us
our debts,

as
we also
have forgiven
our debtors.

And
lead us
not into
temptation,

but
deliver us from
the evil one.`

Matthew 6: 9-13

그러므로
너희는 이렇게
기도하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
이름이 거룩히 여김을
받으시오며

나라이
임하옵시며
뜻이 하늘에서
이룬 것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옵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죄 지은 자를 사하여
준것 같이

우리 죄를
사하여 주옵시고

우리를
시험에 들게 하지
마옵시고

다만 악에서
구하옵소서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

마태복음 6: 9-13

Holy BIBLE
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성경/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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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내비

FILE – Mariana Vishegirskaya stands outside a maternity hospital that was damaged by shelling in Mariupol, Ukraine, March 9, 2022. Vishegirskaya survived the shelling and later gave birth to a girl in another hospital in Mariupol. (AP Photo/Mstyslav Chernov, File)

 

잔내비

잔내비
칼 휘두른다.

꽃밭이고
소년이고

양의 떼고 없다.

피 보면
미친다는
이리 넋에 취하여

어쩌나
둘러서서
침묵하며 지켜보는
대낮

여기
잔내비떼
칼 휘두른다.

심장을
마구 찔러
목숨 다치고

은 장식
조상이 내린
거울 깨뜨리고

꽃밭 함부로
낭자하게
개발 짓밟어

남녘에서
들뜬 바람
독 어린 발정

죽을 줄 제 모르고
칼 휘두른다.

–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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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의 품으로

Diverse group of college friends hold hands and pray together on campus.

해의 품으로

해를 보아라.

이글대며
솟아오는
해를보아라.

새로
해가 산 너머
솟아오르면,

싱싱한
향기로운
풀밭을 가자.

눈부신
아침 길을

해에게로
가자.

어둠은 가거라,

울음 우는
짐승 같은 어둠은
가거라.

짐승같이 떼로
몰려 벼랑으로
가거라.

햇볕살
등에 지고
벼랑으로 가거라.

보라.
쏘는 듯
향기로이 피는
저 산꽃들을.

춤추듯
너훌대는
푸른 저 나뭇잎을

영롱히
구슬 빗듯
우짖는 새소리들.

줄줄줄
내려닫는 골푸
른 물소리를

아,

온 산 모두 다
새로 일어나

일제히
수런수런 빛을 받는
소리들

푸른 잎
풀잎에선
풀잎 소리.

너훌대는
나무에선
잎이 치는 잎의 소리,

맑은 물
시내속엔
은어 새끼 떼소리.

던져 있는 돌에선
돌이 치는
물소리.

자발레는
가지에서,

돌찍아빈
민둥에서,

여어어잇!
볕 함빡 받아
입고

질러 보는
만세 소리

온 산
푸른 것.
온산 생명들의

은은히
또 아 알제히
울려 오는 압도하는
노랫소리

산이여!

너훌대는
나뭇잎 푸른
산이여!

햇볕살
새로 퍼져 뛰는
아침은

너희
새로 치는
소리들에 귀가
열린다.

너희
새로 받는
햇살들에 눈이
밝는다─

피가 새로 돈다.
울음을 올라갈듯
온 몸이 울린다.

새처럼
가볍도다

나는
푸른 아침 길을
가면서 .

새로 솟
는 해의 품,

해를 향해 가면서 .

–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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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scue From the Oppressor

    Rescue From the Oppressor

This is
what the LORD
says:

Do
what is
just and right.

Rescue
from the hand
of his oppressor

the one
who has been
robbed.

Do
no wrong
or violence to
the alien,

the fatherless
or the widow,

and
do not shed
innocent blood
in this
place.

Jeremiah 22: 3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시되

너희가
공평과 정의를
행하여

탈취
당한 자를
압박하는 자의
손에서
건지고

이방인과
고아와 과부를
압제하거나
학대하지
말며

이곳에서
무죄한 피를
흘리지
말라

예레미아 22: 3

Holy BIBLE
New International Version (NIV)
성경/개역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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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해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넘어
산 넘어서
어둠을 살라 먹고,

산 넘어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 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어,
달밤이 싫어,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어.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어……

해야,
고운 해야,

늬가 오면,
늬가사 오면,

나는 나는
청산이 좋아라.

훨훨훨
깃을 치는
청산이 좋아라.

청산이 있으면
홀로라도
좋아라.

사슴을 따라
사슴을 따라,

양지로 양지로
사슴을 따라,

사슴을 만나면
사슴과 놀고,

찱범을 따라
칡범을 따라,

칡범을 만나면
칡범과 놀고……

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라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에 앉아,

워어이 워어
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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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두진 시인

박두진 시인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어둠 살라 불타는 삶
쏟아낸 시인의 기도

입력: 2021. 08. 01 17:10
수정: 2021. 08. 02 01:03

[작가의 땅] <19>안성 박두진 문학관

청룡산 너머의 햇빛· 사갑들의 거센바람
안성 고장치기 마을서 문학적 정서 키워

‘청록파’ 시인으로 초기 자연 세계관 넘어
일제강점기, 전쟁 거쳐 4·19 민주화까지
정치·이념 떠나 윤리적·실존적 저항 보여

“시 쓰기는 신나는 일”… 1000여편 남겨
2018년 세운 문학관에 발자취 고스란히
누구보다 ‘현실적인’ 문학세계 집중조명


▲ 경기 안성에 있는 박두진문학관은 시인 박두진이 태어나고 20년 가까이 살고 다시 돌아가 묻힌 터가 바라보이는 곳에 자리했다. 상시 개방된 문학관 옥상엔 그 시의 근원이 된 안성의 자연이 펼쳐진다.
이은선 작가

해야 솟아라. 해야 솟아라. 말갛게 씻은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산 너머 산 너머서 어둠을 살라먹고, 산 너머서 밤새도록 어둠을 살라먹고, 이글이글 애띤 얼굴 고운 해야 솟아라// 달밤이 싫여, 달밤이 싫여, 눈물 같은 골짜기에 달밤이 싫여, 아무도 없는 뜰에 달밤이 나는 싫여…….//(중략)해야, 고운 해야. 해야 솟아라. 꿈이 아니래도 너를 만나면, 꽃도 새도 짐승도 한 자리 앉아, 워어이 워어이 모두 불러 한 자리 앉아, 애띠고 고운 날을 누려 보리라.

(박두진 시인의 ‘해’, 1946)


▲ 1940년 ‘문장’ 등단 당시의 박두진 시인.
이은선 작가

박두진 시인은 1916년 3월 10일 경기 안성군 안성읍 봉남리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보개면 동신리로 이사한 뒤 열여덟 살에 서울로 떠날 때까지 안성에서 살았다. 그가 살던 ‘고장치기’ 마을은 청룡산을 바라보며 ‘사갑들’이라 부르는 벌판으로 둘러싸인 곳이었다.

고장치기에서 보낸 유년을 박두진 시인은 온 생에 걸쳐 시에 투영한다. 안성에서 살던 10여년은 문학적 상상력과 정서를 길러 주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룡산을 넘는 강렬한 햇빛과 짙푸른 하늘, 사갑들의 거센 바람으로 기억된 안성의 자연은 훗날 박두진 시의 중요한 소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고향 안성의 햇덩어리와 별밭’이라는 글에서 그는 이렇게 말한다. “누구나 그리운 것이 고향이겠지만, 나는 좀 유별났다. 아무 때나 무뚝무뚝 생각나고, 어릴 때의 고향 모습을 지금도 나는 꿈속에서 자주 본다.(중략) 가장 고향다운 고향은 안성의 한 촌락인 ‘고장치기’라는 곳이다.” 그러면서 “가장 여리고 순수하던 인생 중의 알고갱이 시절을 여기서 살았으니 고장치기야말로 나의 고향 중의 고향인 셈”이라고 했다.

 


▲ 박두진 시집 ‘해’의 1949년본.
이은선 작가

‘시인과 농부’라는 글에서는 또 이렇게 회상하기도 한다. “내가 자란 모향(母鄕)은 먼지와 매연과 기름때에 찌들은 도회 구석이 아니다. 하늘이 많고, 바람이 많고, 별이 많고, 나무가 많고, 물이 많고, 새들이 많고, 꽃이 많고, 풀벌레가 많은, 저 넓고 푸른 시골이었던 것이다. 숲이요, 벌판이요, 산골짜기요, 풀밭이었던 것이다.”

가히 청록파 시인다운 고향의 자연 예찬이다.

박두진은 시인 정지용의 추천으로 시 ‘향현’과 ‘묘지송’이 잡지 ‘문장’(1939년 6월호)에 실리면서 시인이 됐다. 그해 9월호 같은 잡지에 ‘낙엽송’이, 1940년 1월호에 ‘의’, ‘들국화’가 추천되며 정식으로 등단 절차를 마치게 됐다. 그와 함께 ‘청록파’로 불리는 박목월과 조지훈 역시 정지용에 의해 ‘문장’에 시가 추천되어 시단에 등장했다. 박두진은 훗날 1989년 제1회 ‘정지용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시 한번 정지용과의 인연을 되새긴다.

‘시인의 고향’에서 박두진은 자신의 시 세계에 대해 이렇게 정의한다. “일찍이 나는 내 인생의 시작 단계로서 초기에는 ‘자연’, 다음에 ‘인간’, 다음에 ‘사회’와 ‘인류’ 그다음으로 혹 노년기란 것이 내게 허락된다면 그때에 가서 ‘신’에 대한 것을 쓰리라고 작정한 바 있다.”

앞서 밝혔듯이 박두진의 시집 ‘청록집’, ‘해’에 담긴 초기 시들은 자연을 통한 긍정의 세계와 민족적 소망, 종교적 이상주의를 표현했다는 점이 특징적으로 손꼽힌다. 유년 시절에 보았던 청룡산의 강렬한 햇빛, 짙푸른 하늘, 사갑들의 거센 바람으로 기억된 고장치기가 그의 시 전반을 아우르는 배경이 된 것이다. 그가 추구한 자연은 그의 정신과 이상을 구현하는 관념의 매개이자 그가 그리는 신앙적 이데아의 세계까지 포괄한다.


▲ 박목월(앞줄 왼쪽 두 번째부터), 조지훈, 박두진 시인이 1946년 9월 서울 종로의 한 다방에서 열린 ‘청록집’ 출판기념회에 참석했다. ‘청록집’은 이들 청록파의 근간이 된다.
이은선 작가

박두진을 정의하는 ‘청록파’는 1946년 6월 을유문화사에서 간행한 3인 공동시집 ‘청록집’에서 유래된 말이다. 박두진, 박목월, 조지훈을 통칭해 부르는 단어이기도 하다.

청록파 시인들은 미학적 특징이나 시를 통한 현실 대응의 방법은 서로 다르지만 ‘청록집’을 통해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를 발표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박두진 초기 시의 자연에 대한 상징은 시인의 시적 저항이자 현실 참여의 한 방편이었으며, 자연의 객관화와 순수한 감각의 표현을 통해 시적 가치와 자신이 지향하는 세계를 보여 주는 통로이기도 했다.

시집 ‘해’에는 어둠, 달밤 등으로 표현된 일제강점기의 암울한 민족적 현실을 빛의 속성을 지닌 해를 통해 극복해 보려는 의지를 보인다. 또 광복 직후 새 시대에 대한 희망과 창조적 의지를 형상화한 ‘해의 품으로’, ‘도봉’, ‘향현’, ‘묘지송’, ‘바다’ 등 자연을 배경으로 쓴 시편들이 주를 이루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현실 인식이 자리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 후학을 양성하는 데도 열정적이었던 박두진 시인은 연세대 교수를 역임했고 70대 후반까지도 추계예술대에서 학생을 가르쳤다.
서울신문 DB

박두진은 4·19혁명 이후 대학에서 해직됐고, 한일 국교정상화 조치 때는 이에 반대한 서명 문인 1호가 됐다.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거쳐 4·19까지 겪은 시인의 저항의식의 발로인 셈이다. 그의 발자취는 자연에서 현실로의 이행이 아닌, 지극한 현실 속에서 나타난 자연적 세계관이다.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것들을 떠나 윤리적이고 실존적인 것으로서의 자연과 시, 그리고 그의 자리에서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던 시인의 삶이 바로 그것을 말해 준다.

박두진의 후기에는 근원적인 존재론적 물음과 신의 의지와 자연의 섭리를 노래하며 수석 모으기를 또 다른 취미로 삼아 수석을 통한 구체적인 시적 이미지를 그려 내기도 했다. 박두진은 보통 새벽 4시에 기상해 하루를 시작했다. 새벽에는 명상을 하며 글쓰기의 주제를 떠올렸으며, 학교 강의가 없는 날에는 독서와 원고 쓰기에 몰두했다.

시상이 떠오르지 않거나 마음이 답답해지면 수석 채집을 다녔다. 또 단소 불기를 취미로 삼았는데, 이는 유년 시절에 안성 장터에서 맹인이 퉁소를 연주하는 것을 아주 인상 깊게 본 뒤부터 생긴 관악기에 대한 관심의 일환이었다. 또 학교 강의를 마치고 고서점이나 골동품 가게를 찾아 고가구나 도자기들을 수집하며 옛 선비들의 이상과 예술정신을 본받고자 했다. 구해 온 도자기에 직접 먹글씨를 쓰며 마음을 가다듬는 일을 즐겼다.

박두진은 시를 쓰는 일을 신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시를 쓰는 일은 어렵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즐겁고 신이 나며 쓰고 싶은 주제가 너무 많기에 이런 두려움이야말로 바로 시인, 작가의 마음이 아니겠는가 하는 뜻이다.

등단 이후 60여년간 1000편의 시를 쓰면서 17권의 시집과 여러 수필집을 출간한 작가다운 포부였다. 그는 마감일을 엄수하기로도 유명했는데, 원고 마감 하루 전날을 마감일로 표시해두어 원고가 늦지 않도록 했다. 시와 서예, 도자기와 수석, 단소 등으로 시와 삶을 꾸리던 시인이 세상을 떠난 해인 1998년 10월 안성의 보개도서관 앞뜰에 시 ‘고향’ 전문이 새겨진 시비가 세워졌고, 그 후로 20년 후에 그의 ‘고장치기’의 지척에 ‘박두진문학관’이 건립됐다.

2001년부터는 박두진 문학제가 열렸고, 2007년에는 박두진 문학상이 제정됐다. 박두진문학관은 2012년부터 박두진 유품 및 유족 보관 자료 조사를 거쳐 2016년 4월에 기본 설계를 착수했다. 2년간 건물을 지었고, 전시 준비 과정을 거친 뒤에 2018년 11월에 정식으로 개관했다. 박두진의 묘가 있는 기좌리와 비봉산을 정면으로 바라보는 자리에 문학관이 세워진 것이다. 문학관에서는 옥상을 상시 개방해 박두진 시의 근원이 된 안성의 자연을 만끽할 수 있게끔 했다.


▲ 박두진문학관 내부엔 시인의 서재와 그가 마음을 다스릴 때 불었던 단소, 모았던 수석과 도자기 등 다양한 일상이 전시돼 있다.
이은선 작가

문학관 내부의 상설 전시관은 1부 ‘박두진의 시를 읽다’, 2부 ‘박두진의 일상을 보다’, 3부 ‘박두진의 예술세계와 만나다’로 나뉘어져 있다. 박두진의 문학 세계와 안성의 자연이 합쳐진 ‘자연친화적인 문화공간’인 셈이다.


▲ 소설가 이은선

한 시인이 대표작을 갖는다는 것은 시인으로서는 매우 영광이고, 시간을 이겨 내는 힘을 얻는 일이지만, 반대로 생각해 보면 대표작만 남아 시인의 다른 시와 삶은 지워지기 일쑤다. 우리는 혹시 박두진을 ‘해’로만, ‘현실을 벗어나 자연을 노래한’ 시인으로만 여기지는 않았는가 생각해 볼 일이다. 이것이 바로 교과서에 실린 시에 대한 또 다른 결과가 아닐까. 그리하여 한 번쯤은 안성에 들러 시인의 삶과 예술 세계를, 험난한 현실 속에서도 ‘해’를 노래할 수밖에 없던 지극한 사정을 이해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한다.

자연을 노래하려면 ‘현실’에서 벗어나거나 가장 ‘현실’에 발을 디뎌야 자연이 보이는 법이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자연에 지극한 현실을 투영했던 시인, 박두진의 자리 ‘안성’이다.

-소설가 이은선-

From 서울 신문

2001년 6월 프랑스 아비뇽 근처 고대 로마유적지로 알려진 베종 라 로망(Vaison la Romaine)에 시비가 세워졌는데, 대표작 〈해〉의 첫 구절이 앞면은 한글로. 뒷면은 프랑스어로 번역되어 있다.

-옮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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