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추석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

아, 추석이구나.

-글/유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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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가는 길

고향가는 길

추석맞아
고향가는 길
방언이
완행버스에
승차했습니다

좌석 복판에
보따리를 풀고 나와
용기댁아지매와
갓집아재의

걸쭉한 이바구에
간절인 돔배기같은
맛깔든 톤으로
고향길 오릅니다
퍼뜩 갑시데이

빗깔좋은
너스레에
차창밖 풍경들이
흥겹게 다가오고
길가 코스모스가
송편 고물 묻힌
안부를 물어옵니다

완행버스가
턱높은 추풍령
고개를 넘을 동안

포구만한 입질로
남도 육자배기
얼큰한 가락 한 소절
낮달에게 건네며

씨방 가고 있당께
익어가는 맛따라
어깨춤도 덩실덩실
고향길 갑니다

-글/김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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