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월의 시

구월의 시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움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 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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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기도

9월의 기도

언뜻 스치는
한줄기 바람이
홀로 새벽을
깨울 때

텅 빈
가슴 내밀어
서늘한 기운으로
부풀게 하소서

한 여름내
무성했던 짙푸른
상념의 잎사귀들

가을빛 삭힌
단풍이게
하시어

그 빛깔로
내 언어를
채색하소서

숨가쁜
땡볕의 흔적
길게 늘어진
그림자 추슬러

하늘거리는
햇볕 아래

알알이
고개 숙인
열매이게 하소서

저녁
풀벌레 소리
서늘한 여운으로
숲속에
들 때

이마에
맺혔던 땀방울

국화꽃 잎 위에
이슬로 내리게
하소서

서러운
지난날의 기억들
해거름 석양이
드리울 제

노을빛
그리움으로
번지어

빈 들녘에
피어나는
연기 되게
하소서

-강이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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