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어머니가 나를 깨어나게 한다

여보시오―누구시유―

예, 저예요―

누구시유, 누구시유―

아들, 막내아들―

잘 안 들려유―잘.

저라구요, 민보기―

예, 잘 안 들려유―

몸은 좀 괜찮으세요―

당최 안 들려서―

어머니―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두 내우 다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예, 죄송합니다.
안 들려서 털컥.

어머니 저예요―
전화 끊지 마세요―

예. 애비가
동네 볼일 보러 갔어유―
두 내우 다 예,

저라니까요!
그러니까 이따 다시 걸어유

어머니.
예, 어머니,

죄송합니다 어머니,
안어들머려니서 털컥.

달포 만에
집에 전화를 걸었네

어머니가
자동응답기처럼 전화를 받았네

전화를 받으시며
쇠귀에 경을 읽어주시네

내 슬픔이
맑게 깨어나네

글/ 함민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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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 heard my cry

I waited
patiently
for the LORD;
he turned to me
and heard my cry.

He lifted me
out of the slimy pit,
out of the mud
and mire;

he set my feet
on a rock
and gave me
a firm place to stand.
Psalms 40: 1-2

내가
여호와를
기다리고 기다렸더니
귀를 기울이사
나의 부르짖음을
들으셨도다

나를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에서
끌어 올리시고

내 발을
반석 위에 두사
내 걸음을
견고케 하셨도다
시편 40: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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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국

별국

가난한 어머니는
항상 멀덕국을 끓이셨다

학교에서 돌아온 나를
손님처럼 마루에 앉히시고

흰 사기그릇이
앉아있는 밥상을
조심조심 받들고
부엌에서 나오셨다

국물 속에 떠 있던 별들

어떤 때는 숟가락에
달이 건져 올라와
배가 불렀다

숟가락과 별이 부딪히는
맑은 국그릇 소리가
가슴을 울렸는지

어머니의 눈에서
별빛 사리가 쏟아졌다

-글/공광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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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에게 정중한 인사를


낙엽에게 정중한 인사를

아직은
회색빛의 하늘이
집요할 때
죽은 듯한 가지에서
파릇 조그만 싹을 보았지

우리 모두는
절망에서 희망의
한줄기 빛이라도 본 듯
환희의 마음이었구나

새 순이 자라 연둣빛으로
파란하늘을 장식할 때
우리는 이유없이
긍정의 마음이 되어
기뻤단다

울창한 나무가되어
한여름 우리에게
시원한 바람과 그늘을
내어 준 이파리들

이제는
안식으로 내려갈 시간
짙은 노랑과 빨강과
가을빛으로 깊이 물들고

찬바람 불어올 때
한잎 두잎 떨어져
우리들의 걸음사이에서
바스락 바스락
시간을 가르쳐 주었지

낙엽,
희망과 기쁨
그리고 쉼 터를 주었던
너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싶구나

이렇게
고마운 마음으로
너를 바라보면 왠지

마냥 시렵기만 하던
변화의 스산함이
조금은  따뜻해 져
오는 것 같구나

낙엽, 고마웠어
넌 다시 나무의
밑둥에서 너를 썩혀
나무의 생명에
거름이 되겠구나

네 생명 다하도록
우리곁에 있어주어 고맙다

우리는
모자를 벗고 너에게
정중히 감사의 인사를 한다

[편안한 언덕/ 이시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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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s way is perfect

His way is perfect

As for God,
his way is perfect;

the word
of the LORD
is flawless.

He is a shield
for all who take
refuge in him.
Psalm 18:30

하나님의
도는 완전하고

여호와의
말씀은 정미하니

저는 자기에게
피하는 모든 자의
방패시로다
시편18: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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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새

겨울새

눈 내린 산길에
잔뜩 움츠린 새들이
인기척에도 미동치 않고
깊은 사색에 젖어있다.

하루의 양식을 위해
맨발로 겨울을 밟으며
몇 개의 산을 넘어도
허기진 배를 채우지 못했다.

자유로운 날개를 펴고
먼먼 허공을 나는
곡예비행의 자긍심도
배고픔 앞에는 서럽다.

몇 개의 낱알과
배를 채울 열매가 사라진
바람막이 없는 눈밭에서
새들은 가난을 실감한다.

지난 초여름 내내
숲을 헤집으며 짝을 찾던
그 맑고 청아한 노래도
깊은 고독에 묻혔다.

먹이가 궁한 겨울새는
긴 밤을 떨었지만
날이 밝아도 날 용기가 없다.
찬바람만 털 깃을 스친다.

2016.12.17

-글/박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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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부한 진실

진부한 진실

이 이야기를
써야만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미루고 싶었다. 미룰 수 있다면,

이야기는 약 2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때 난
깨어있는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아침뿐이었다.
버스로 이동하는 시간 동안만 책을 읽어도,
한 달에 여덟 권은 너끈히
읽을 만큼 회사가 멀었다.

그리고 그 즈음 남편은
공무원시험에 떨어졌다.
그는 내 걱정과 설득과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결국은 마을버스 회사에 들어갔다.

나는 하루에
세 시간 이상 버스를 탔는데,
자동차를 볼 때마다
남편이 걱정됐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때 나는 많이 지쳐있었다.
잘 살고 있던 나를 누군가 들어서
적막하고 어두운 공간에
옮겨 놓은 것 같았다.

‘눈 떴는데,
전혀 다른 공간에 온 느낌’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그러자 위험한 호기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신점’ 동료가
제안한 것은 신점이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그게 뭔지 몰랐다.
신년 운세라 신점인가?
알아보니 그건,
신 내림을 받은 무당에게
점을 보는 것이었다.

솔직히 묻고 싶은 것은 없었다.
만약, 묻고 싶은 게 있었다면,
나는 고민 끝내 어떻게라도
답을 찾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 때 난,
내 인생이 뿌연 안개처럼 느껴졌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반은 호기심,
반은 불안한 마음으로
찜찜하게 따라나섰다.

유명한 곳이라 했다.
꼭 예약을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동료의 이름만을
이야기 했을 뿐이었다.

그곳은 회사보다도
더 먼 곳에 위치해있었다.
분명 주위는 모두 주택가였는데,
아무런 소리도, 냄새도 나지 않았다.
한산하고 적막한 바람만
불어올 뿐이었다.

골목을 들어서면서,
누군가 계속 나를 따라오는 듯한
느낌에 사로 잡혔다.

돌아 나오고 싶었지만,
발걸음을 돌리는 순간,
땅에서 손이 튀어나와
날 잡을 것만 같았다.

우리는 알 수 없는
문양의 깃발이
이리저리 방향 없이
휘날리는 곳으로 들어갔다.

그나마 위로가 되었던 건,
집 안은 그냥 사람 사는 곳처럼
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대기실에 앉아 기다리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들어왔다.

‘내가 지금부터 서류를
여기 서랍에 넣을 건데,
절대 열어 보지 마. 귀신 붙는다.‘

눈을 꼭 감았다.
입술을 꼭 깨물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서랍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자취가 사라지는 것 같아 눈을 뜨려는데,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그리고 물었다.

‘누가 애 엄마야’

‘누가 애 엄마냐고’

대답하지 못했다.

‘둘 중에 누가 애 엄마야’

천천히 손을 들었다.
바닥에서 손을 내리라고
잡아 끄는 것만 같았다.

그는 아무런
말없이 방을 나섰다.
동료와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보이지 않는 수많은 눈들이
우리를 주시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왠지 그들은 내 머릿속으로 드는
생각 까지 엿보고 있는 것만 같아서,
나는 아이의 얼굴이 생각나려는 걸
애써애써 저지했다.
쉽지 않았다.

알려주어선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직감적으로 위험한 신호가 느껴졌다.

함께 들어가고 싶었지만,
따로 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결국 난 혼자 그 곳에 들어갔다.

각기 다른 표정을
한 조각상들이 있었고,
그들을 뒤로 한 채 남자와 마주 앉았다.
살면서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중력’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자꾸만 바닥으로
꺼질 것만 같았다.

곧 그는 한 숨을 크게 쉬었다.
난 아무런 말도 못한 채
그의 눈을 쳐다볼 뿐이었다.

‘내가 아까
누가 애 엄마인지 물어봤잖아
그게 왠지 알아.?‘

그 이야긴 왠지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요..’

‘내가 방에 딱 들어갔는데,
아이 얼굴이 보이더라고‘

‘…………………..’

‘애가 울고 있는 거야.
‘엄마..’ ‘엄마..’ 하고 울고 있어‘

감기에 걸려
기침을 하는 아이의
얼굴이 스쳐지나갔다.
안 돼.
그에게 생각을 들켜선 안 된다.

‘………………’

‘남자 아이지?’

‘…………네’

결과적으로 굿을 하거나
부적을 써야 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그날 내 카드에 있었던
70만원을 모두 긁고 나왔다.

그곳을 나와 바로
엄마 집으로 향했다.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돈을 제발
빌려달라고 부탁했다.

엄마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안된다고 했지만, 내가 우는 모습을 보고
동생이 돈을 빌려주었다.

50만원 밖에
없다는 게 문제였지만,
나는 그곳에 다시 전화했다.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
50만원 밖에 없으니
제발 깎아달라고 말했다.

그는 난처해했지만,
다행이 깎아주었다.

나는 총 120만원을 냈고,
그 뒤론 무엇을 받지도,
그 무엇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그는 ‘이제 걱정 없다.
아이도 남편도 아무런 걱정 없다.
하는 일마다 다 잘 될 것 이다.‘
했고, 나는 그 뒤로
번호를 모두 지웠다.

며칠 뒤 말도 안 되게
남편이 100만 원정도
로또에 당첨 되었다.
그가 내게 그동안
고생했다며 50만원을 주었고,
나는 바로 동생에게 갚았다.

뭔가 내가 생각할 수 도 없는
더 큰 힘, 더 큰 존재가 작게나마 느껴졌다.

‘왜 그런데 돈을 쓰니, 고생했지
앞으로 그러지 마라‘
하는 것 같았다.

엄마는 아무에게도
말 하지마라고 했지만,
나는 다섯 달 전에 어머님께
먼저 고해성사했고,
두 달 전에야 남편에게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남편은 ‘하다하다….’ 라고
잔소리를 조금 했지만,
결국 웃으며 넘겨주었다.

나는 그곳을
다녀온 뒤 한 달 즈음
매일 밤 공포에 떨어야 했다.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영역,
거짓이라고 생각했던 세계가 있을 지도
모른다는 데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나와 남편 외에도
누군가 방에 있는 것 같아서
잠들기가 어려웠다.

돈을 내고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게
이해되지 않을 수 있겠다.

실제 그가 나에 대해 맞춘 건
아이가 있다는 것과 남자아이라는 것
두 가지 뿐이었다.

남편이 박씨냐고 물어봤는데,
내 남편은 박씨가 아니고,
그 뒤에도 몇 가지를 물었지만
번번이 틀렸다.

그런데 왜 난 절박했을까.
나는 ‘말’을 지우고 싶었다.
누군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 모르겠다,
그 땐 마음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가 신이 아닌데,
아픈 사람을 낫게 할 순 없다.
누군가의 운명을 바꿀 수 없다.
안 되는 사업을 잘 되게 할 순 없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휘둘릴 정도로 난 약했다.

그리고 나는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몇 가지 미신을 믿었다.
예를 들어, 장례식장에 다녀올 땐
꼭 어디에 들렀다 와야 한다 던지,
집 앞에서 소금을 뿌려야 한다 던지.

하지만, 언젠가 어머님께서
말씀하셨다.

‘ 그런 건 없어,
예수님이 지켜주고 계셔.
그런 게 불안 해 질 땐,
그냥 ‘아멘’ 해봐‘

그 뒤로 ‘아멘’
하고 집에 들어갔다.

이상하게 힘이 되고,
이상하게 평안해졌다.

더 큰 힘
더 큰 존재가 느껴져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고난을 만난다.
앞길을 전혀 예상할 수 없는
어둠을 만나거나,
‘더 나아질 미래’가 없는 것만 같은
절망적인 감정에
휩싸이기도 한다.

이럴 땐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무언가를 바라지만,

그 때 나를
도울 수 있는 건,
그 누군가가 아니라,
내 자신이라는 것을
꼭 잊지 말아야겠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진부한 진실을 꼭 기억해야겠다.

글/날며

<날며의 결혼일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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